
노인성 난청(age-related hearing loss; presbycusis)은 청각계의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난청으로, 75세까지 성인의 절반 이상이 영향을 받는다[1-3]. 노인성 난청은 흔히 양측 대칭성 진행성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주로 고주파 영역에 경도 또는 중증도의 청력감소가 있다. 노화가 노인성 난청에서의 가장 주요한 인자로, 청력 상실의 유병률은 나이가 10년마다 2배가 되는데, 미국인의 난청 유병률은 50대는 29%, 80세 이상에서는 거의 90%에 이른다[4].
의학의 발전과 위생상태의 개선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우리나라는 올해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9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은 3년 뒤인 2025년에는 20.6%까지 높아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5]. 최근 난청 유병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2 Korea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자료 분석 연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연령에서 경도난청(>25 dB) 이상인 경우가 69.7%, 중증도 이상의 난청을 가진 비율은 36.8%로 보고되고 있다[6]. 노인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노인성 난청의 비율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노인성 난청은 타인과의 대화가 어려워지면서 의사소통과 관련된 사회심리적 상태에 영향을 준다. 또한, 최근에는 난청이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노인성 난청은 관절염, 고혈압과 함께 노령층의 가장 흔한 3대 만성질환 중 하나로, 노령층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조기진단과 예방, 재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종설에서는 노인성 난청의 특징과 분류를 알아보고, 노인성 난청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노인성 난청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말을 이해하는 능력의 감소와 이명이다[7,8]. 진행성의 감각신경성 난청이 대칭적으로 발생하는데, 시끄러운 소음환경에 있거나, 교회나 공연장 같은 곳에서 연설을 들을 때 또는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경우 어음 분별력이 현저하게 감소하게 된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의 내용을 놓치는 횟수가 늘어나고, 전화벨소리, 초인종 소리 등 고주파 영역의 환경소음을 인지하는데도 제한적이 되면서, 난청이 진행할수록 사회로부터의 격리가 심해진다[9,10]. 청력감소가 시작하는 나이는 30대이지만, 회화 영역인 1000 Hz 부분의 청력 감소로 인해 청력 저하를 인지하게 되는 나이는 40-60대이다. 대개 여성보다 남성의 청력 감소가 더 빠른 나이에 시작되고, 진행 속도도 두배 정도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65세 이상의 고령에서 순음청력검사상 양측이 대칭적인 형태를 보이면서, 외상, 이독성 약물, 귀의 질환, 소음 노출력, 귀 수술력 등의 청력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거력이 없고, 기도 골도 차가 10 dB 이하의 감각신경성 난청인 경우 노인성 난청으로 진단할 수 있다[11,12].
Schuknecht와 Gacek [13]는 노인성 난청을 노화에 따른 변화의 조직 병리학적 형태와 청력도에 따라 크게 감각성, 신경성, 대사성, 와우전도성 및 네가지가 혼합된 혼합성의 5가지 형태로 분류하였다(Table 1). 와우기저부에서 발생하는 감각성 노인성 난청은 4 kHz 음역에서 가장 심한 청력소실을 보인다. 와우 내의 유모세포, 특히 외유모 세포의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감각성 노인성 난청은 유모세포와 지지세포의 소실되면서 Corti기가 소실된다. 신경성 노인성 난청은 와우의 나선 신경절이나 중추신경세포의 소실로 인해 발생한다. 나선신경절세포의 손상은 대부분 와우내 유모세포의 손상에 이어 이차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젊은 연령에서도 발생하고, 어음분별력이 저하된 특징을 보인다[14]. 수평형 또는 경도의 하강형 청력도를 보이는 대사성 노인성 난청은 혈관조의 위축에 의해 발생하는데, Corti기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어음 분별력이 떨어지지 않아 보청기 착용시 효과적일 수 있다[15]. 와우전도성 난청은 고음역으로 갈수록 청력이 감소 하지만, 병리 조직학적으로는 특이 소견이 없는 경우 진단할 수 있는데, 청력도상 최소 다섯 주파수에 걸쳐 청력 소실이 있고, 첫 주파수와 마지막 주파수의 청력 차이가 50 dB 이상이고, 이웃하는 두 주파수의 차이는 25 dB 미만이어야 한다. 하지만 노인성 난청의 대부분은 앞서 말한 네가지 유형 중 어느 한가지로만은 설명할 수 없다. 30-50% 이상의 노인성 난청이 혼합성 노인성 난청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16].
Table 1 . Classification of presbycusis.
Histopathology | Audiogram pattern | |
---|---|---|
Sensory presbycusis | Hair cell loss | Abrupt high frequency loss |
Neural presbycusis | Spiral ganglion cell loss | Diminished word discrimination |
Strial (metabolic) presbycusis | Stria vascularis atrophy | Flat type |
Cochlear conductive presbycusis | No morphologic findings | Gradual descending pattern |
Mixed presbycusis | Combinations of hair cell, ganglion cell, and stria vascularis loss | Flat and/or abrupt high frequency loss |
1989년 Uhlmann 등[17]이 처음으로 난청과 인지기능 저하와의 연관성에 대해 보고한 이후, 많은 체계적 리뷰와 메타분석 연구들이 노인성 난청과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와의 연관성을 제시하고 있다[18-20]. Lin 등[21]은 60세 이상 성인에서 치매 발생율을 조사하였는데, 정상 청력에 비해 경도 난청(25-40 dB)이 있는 경우 치매 발생율이 1.89배 증가하고, 중증도 난청(41-70 dB)이 있는 경우 3배, 고도 난청(>70 dB)에서는 4.94배 증가하였다. Loughrey 등[19]은 36개의 연구들의 메타분석을 통해 노인성 난청과 인지 장애 및 치매와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고하였다(인지장애 odds ratio [OR], 1.22; 95% confidence interval [CI], 1.09-1.36; 치매 OR, 1.28; 95% CI, 1.02-1.59). 또한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해 분석하였을 때 그 중 난청은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22].
노인성 난청과 인지기능 저하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가설이 몇 가지 있다(Figure 1). 첫째, 난청과 인지기능 저하가 인과관계가 아니라 노화과정이라는 공통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공통 원인 가설(common cause hypothesis)’이다[23].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공통된 신경변성 과정에 의해 난청과 인지 저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둘째, ‘연속 단계 가설(cascade hypothesis)’은 노인성 난청으로 인해 장기간 대뇌로의 청각 신호 유입이 없으면 뇌 구조에 변화를 일으켜 인지 기능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사회적인 고립, 고독감과 우울증을 일으키게 되어 인지 기능이 더 악화된다는 주장이다[24-26]. 마지막으로, ‘인지 부하 가설(cognitive load hypothesis)’이다. 난청 환자는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청취 노력(listening effort)을 기울이게 되는데, 다른 인지 수행에 사용될 자원을 청취 노력을 하는 데 전환하게 되어 결국 인지 예비율(cognitive reserve) 감소를 유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제한된 뇌의 인지 용량 안에서 청각 지각에 과도하게 사용함에 따라 뇌의 과부하로 인하여 인지 저하가 발생한다는 가설이다[27,28].
아직까지는 노인성 난청과 인지 기능 저하가 인과 관계를 이루는지, 아니면 공통의 원인에 의해 동시에 발생되는지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이 둘 간에 높은 연관성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치매의 예방을 위해서 청각 재활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노인성 난청은 다른 감각신경성 난청과 마찬가지로 약물치료로 인해 청신경세포의 재생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노인성 난청을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은 아직까지 개발되어 있지 않다. 현재까지는 cisplatin이나 aminoglycosides 등의 이독성 약물이나, 과도한 소음 노출 등 일반적으로 난청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인자를 피하는 것 외에 노인성 난청을 예방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청각 재활 치료 방법으로는 보청기와 인공와우이식술이 있다. 보청기는 경도 이상 고도 미만의 난청 환자에서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장치로, 순음청력검사, 어음청력검사 등 기본적인 청력검사를 통해 의사에 의해 처방 가능하다. 중증도와 중증고도의 난청이 있는 노인성 난청 환자에서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청각 재활 치료 방법이 보청기이다. 노화로 인한 중추 청각계의 변화가 보청기를 일정기간 착용하게 되면 소리 자극 강도의 증가에 따른 주관적 크기 변화가 완만해진다[10]. 또한, 소리 자극의 크기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도 보청기 사용 후 1-6개월 사이에 향상되면서 청성뇌간반응검사상 V파의 잠복기가 감소하고 진폭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29].
그러나 노인성 난청의 특성상 고음역대의 난청이 심하고, 어음 분별력이 떨어져서 모든 환자에서 보청기가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보청기의 사용에 영향을 주는 것은 난청의 정도나 형태, 주변 소음이나 보청기의 성능 등의 청각적 요인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자가 보청기의 필요성을 얼마나 강하게 생각하는 지이다[30,31]. 보청기를 처방할 때에는 노인성 난청의 종류와 환자의 청력도뿐만 아니라, 환자가 난청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장애의 정도와 불편한 환경, 경제력, 사회적인 지위, 같이 생활하는 가족의 고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인성 난청 환자에서 난청 선별을 위해 설문지를 사용한다(Hearing Handicap Inventory for the Elderly-Screening Version; HHIE-S) (Table 2) [32,33]. 각각 질문에 대하여 ‘그렇다’는 4점, ‘가끔 그렇다’는 2점, ‘아니다’는 0점으로 계산하여 합산을 한다. 질문의 내용은 사회생활과 난청에 대한 정서적인 측면을 확인하는 항목으로, 0-8점까지는 정상이고, 10-24점이면 난청일 가능성이 50%이다. 26점 이상인 경우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판정한다.
Table 2 . Hearing Handicap Inventory for Elderly-Screening (HHIE-S) [33].
Yes | Sometimes | No | |
---|---|---|---|
1. Does a hearing problem cause you to feel embarrassed when meeting new people? | |||
2. Does a hearing problem cause you to feel frustrated when talking to members of your family? | |||
3. Do you have difficulty hearing when someone speaks in a whisper? | |||
4. Do you feel handicapped by a hearing problem? | |||
5. Does a hearing problem cause you difficulty when visiting friends, relatives, or neighbors? | |||
6. Does a hearing problem cause you to attend religious services less often than you would like? | |||
7. Does a hearing problem cause you to have arguments with family members? | |||
8. Does a hearing problem cause you difficulty when listening to TV or radio? | |||
9. Do you feel that any difficulty with your hearing limits or hampers your personal or social life? | |||
10. Does a hearing problem cause you difficulty when in a restaurant with relatives or friends? |
노인성 난청에서 인공와우이식은 양측에 70 dB 이상의 고도 난청이 있고 문장언어평가상 50% 이하이며 보청기를 3개월 이상 착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는 경우 시행할 수 있다. 전신마취나 수술에 금기가 될 만한 내과적 문제가 없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시행할 수 있는데, 어음명료도가 떨어지는 중증도 이상의 노인 환자에서 인공와우이식술을 시행하였을 때 의미있는 삶의 질 향상이 보고되고 있고, 80세 이상에서도 청각학적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4,35]. 노인성 난청에서는 중추의 퇴화 현상으로 인해 술 후 청력이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언어 인지나 언어 이해 능력의 저하로 대화능력의 제한이 있어 술 전과 술 후 적극적인 상담을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인인구의 비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 초고령 사회의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어 노인성 질환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노인성 질환의 3대 질환 중 하나인 노인성 난청이 인지 저하와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노인성 난청을 조기에 진단하고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을 이용한 적극적인 청각 재활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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