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령이 증가할수록 만성 신질환의 유병률이 높다. 2020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의 한국인 6.7%가 만성 신질환을 가지고 있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증가하여 60대는 11.1%, 70대 이상은 27.3%의 유병률을 보였다[1]. 고령에서는 일차 의료기관에서 신장 기능의 지표로 사용하는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근육량 감소에 따라 감소되기 때문에 만성 신질환이 간과되기 쉽다.
남성과 폐경 후 여성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평균 혈색소가 감소하며, 빈혈의 유병률도 증가한다. 19세 이상의 한국인 9.2%에서 빈혈을 보였고, 70세 이상에서 빈혈의 유병률은 남자는 20.5%, 여자는 28.6%였다[2]. 빈혈은 만성 신질환에서 매우 흔한 합병증이며 신장 기능이 감소할수록 평균 혈색소는 감소한다. 투석 전 만성 신질환 1기-5기 2,338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코호트 연구에서 빈혈의 유병률은 만성 신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증가하여 1기부터 5기까지 각각 10%, 16%, 33%, 47% 79%, 97%였다[3].
고령 만성 신질환자에서 빈혈은 매우 흔하나 간과되기 쉽고, 고령이 아닌 환자에서와 다른 병태생리를 가진다. 고령 만성 신질환자에서의 빈혈의 특성과 적절한 빈혈 관리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만성 신질환에서 빈혈의 진단 기준은 1968년 세계보건기구의 65세 미만의 코호트 연구에서 발표한 폐경 전 여성은 혈색소 12 g/dL, 그 외 성인에서는 13 g/dL 미만을 사용한다[4]. 남성과 폐경 후 여성에서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평균 혈색소가 감소하므로 고령에서 빈혈의 진단 기준이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지역사회 연구에서 남성은 혈색소 13.7 g/dL 이상, 여성은 12.6 g/dL 이상에서 낮은 사망률을 보였고[5], 66세 이상 고령의 캐나다 지역 연구에서 남성은 14-17 g/dL, 여성은 13-15 g/dL에서 가장 낮은 사망률을 보였다[6]. 따라서 고령에서도 세계보건기구의 빈혈의 진단 기준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2020년 한국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19세 이상 남자의 평균 혈색소는 15.0 g/dL, 여자는 12.9 g/dL였다[2].
만성 신질환에서 혈색소를 13 g/dL까지 유지하기 위해 조혈호르몬자극물질 투여를 한 무작위 임상 실험들에서 심혈관 질환, 신장질환 진행, 입원 및 사망과 같은 합병증이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되었다[7-9]. 또한 투석 전 만성 신질환자에서 조혈호르몬자극물질 또는 철분 투여로 혈색소를 13 g/dL로 유지했을 때 삶의 질이 향상되었으나 이러한 연관성은 65세 이상의 고령에서는 소실되었다[10]. 일본의 만성 신질환 코호트 관찰 연구에서 75세 미만에서는 혈색소 10 g/dL 미만인 경우 사망률이 증가했고, 75세 이상에서는 혈색소 9 g/dL 미만에서 사망률이 증가했다[11]. 그러므로 고령 만성 신질환자에게 조혈호르몬자극물질을 투여할 때에도 혈색소 10-12 g/dL를 목표로 하는 국제 신장 학회 권고안을 따르는 것을 권장한다[12].
만성 신질환자에서 빈혈의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신기능이 감소하면서 신장의 조혈호르몬 분비가 감소되어 빈혈이 발생한다. 신질환이 없는 경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조혈호르몬 수치가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으나, 중등도 만성 신질환자는 조혈호르몬 분비가 감소되어 빈혈이 발생한다[13]. 65세 이상의 신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탈리아 연구에서 연령과 혈색소를 보정한 혈액 내 조혈호르몬 수치는 크레아티닌 청소율이 30 mL/min/1.73 m2인 경우에 90 mL/min/1.73 m2에서보다 의미 있게 낮았다[14]. 하지만 크레아티닌 청소율이 30-89 mL/min/1.73 m2인 고령의 경한 만성 신질환자에서는 조혈호르몬 수치가 감소되지 않았고 이 경우 조혈호르몬 결핍 외 다른 원인이 빈혈의 주된 병인임을 시사한다.
또한 만성 신질환에서는 헵시딘의 신장 배설이 감소되고 만성 염증으로 인해 헵시딘 수치가 증가하여 빈혈이 발생한다. 헵시딘(hepcidin)은 세포막의 철분 통로인 페로포틴(ferroportin)을 분해하여 철분의 이동을 방해한다. 만성 신질환에서 증가된 헵시딘이 장 세포에 저장된 철 또는 간세포, 대식세포 내에 저장된 철이 혈액으로 유리되는 것을 방해하여 체내 철의 사용을 억제하여 빈혈을 유발한다. 고령의 신질환 환자에서 연령이 적은 신질환 환자에 비해 헵시딘 농도가 더 감소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다. 건강인을 대상으로 한 2개의 지역사회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남녀 모두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혈중 헵시딘 수치가 감소했다[15,16]. 고령의 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소변이나 혈중 헵시딘 수치는 연령에 따른 차이가 없었고 염증성 싸이토카인과의 상관관계도 보이지 않았다[17,18]. 반대로 85세 이상의 인구집단 대상 연구에서 혈중 헵시딘 수치는 C 반응성 단백질 수치와 상관관계를 보였고 원인 불명의 빈혈이 있는 환자군에서 높았다[19].
다음으로 철분 결핍과 단백질 영양 결핍, 요독 물질로 인한 만성 염증과 골수 기능 감소로 인해 빈혈이 발생하며 이는 고령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20,21].
고령 환자에서는 또한 조혈세포의 수와 기능의 감소, 골수의 미세 환경 악화 및 남성호르몬 결핍 등으로 인해 빈혈이 발생한다[21-26].
만성 신질환자에게 빈혈이 진단되면 빈혈의 원인에 대해 파악하도록 하며 특히 철분 결핍 여부를 확인한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철분 지표는 트랜스페린 포화도(Transferrin saturation, TSAT), 페리틴(ferritin)이며 철분 결핍의 기준은 트랜스페린 포화도 <20%, 페리틴 <100 ng/mL로 참고치 미만인 경우 철분 결핍을 강하게 시사한다. 그러나 트랜스페린 포화도, 페리틴의 혈중 수치는 영양 결핍, 염증 상태에서도 증가하므로 만성 신질환자에서 철분 결핍에 대한 민감도가 낮다[27,28]. 만성 신질환자에서 골수의 철분 염색을 철분 결핍의 진단 지표로 한 연구에서 트랜스페린 포화도, 페리틴 검사로는 철분 결핍의 1/3만을 밝혀냈다[29]. 바꾸어 말하면 만성 신질환 환자에서 트랜스페린 포화도, 페리틴이 참고치 이상인 경우에도 철분 공급을 해서 빈혈의 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철분 결핍을 파악하기 위한 다른 지표로서 골수 조직검사는 철분 결핍의 최적의 진단 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침습성에 비해 진단율이 높지 않아 임상적으로 사용되기는 어렵다. 저색소성 적혈구 분율(Hypochromic red blood cell %)은 적혈구 중에서 혈색소가 28 g/dL 미만인 적혈구의 분율이며 철분 결핍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유럽 신장학회에서 철분 투여에 대한 반응도를 예측하는 지표로 권고하고 있으나 채혈 6시간 이내에 검사해야 하는 등 제한점이 있어 국내 이를 측정하는 의료기관은 아직 없다[30]. 이 외 망상적혈구 혈색소, 수용성 트렌스페린 수용체 등의 지표가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 널리 활용되지는 않고 있으며 국내에도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페린 포화도, 페리틴이 여전히 철분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철분 결핍이 있는 만성 신질환 빈혈 환자에서 철분을 투여함으로써 조혈호르몬 자극제 투여양을 감소시켜 조혈호르몬 자극제로 인한 심혈관계 위험을 억제할 수 있고 철분 결핍으로 인한 골수의 저항성도 감소시킬 수 있다. 철분제는 경구나 주사제로 투여 가능하며 먼저 경구 철분 복용을 시도한다. 경구로 복용한 철의 10% 정도가 흡수되므로 하루에 200 mg 정도의 경구 철분제가 필요하다. 2012년 국제신장기구(Kidne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는 만성신질환 환자에서 트랜스페린 포화도 ≤30%이고 페리틴 ≤500 ng/mL이면 철분을 보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31]. 2021년 영국의 국립 의학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care and Excellence)에서는 2015년 권고안에서 제안한 철분 보충에서의 페리틴 상한치 800 ng/mL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32]. 경구 철분제에 대한 위장관 부작용이 심하거나 흡수가 안된 경우에는 주사제를 사용한다. 철분 주사제 투여 시 감염 및 산화 스트레스로 인한 동맥경화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제기가 꾸준히 있어왔으나 여러 관찰 연구들에서의 결과는 서로 상이하다. 2019년 혈액투석 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매달 철분 400 mg 주사제를 투여한 고용량 환자군에서 철분 지표를 보면서 철분을 투여한 저용량 환자군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및 사망률이 낮았고 감염, 혈전의 부작용은 차이가 없었다[33].
만성 신질환 빈혈에서 철분 결핍이 없거나 철분 보충을 해도 빈혈이 지속되면 조혈호르몬 자극제를 투여한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사구체여과율 30 mL/min/1.73 m2 이하인 환자에서 조혈호르몬 자극제의 요양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국내 시판 중인 조혈호르몬 자극제는 작용 시간이 짧은 것부터 이포에틴 알파(epoetin-a), 다베포이에틴 알파(darbepoietin-a), 메톡시 폴리에틸렌 글리콜 이포에틴 베타(methoxy polyethylene glycol epoetin-b)가 있으며 작용시간이 길수록 피하주사와 정맥주사에서의 반감기의 차이가 없다. 만성 신질환자에게 조혈호르몬 자극제를 투여할 경우, 혈색소와 철분 지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혈색소 10-12 g/dL를 목표로 하는 국제 신장 학회 권고안을 따르는 것을 권장한다[12].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령의 만성 신질환에서 혈색소를 13 g/dL까지 유지하기 위해 조혈호르몬 자극제를 고용량 투여해도 삶의 질 향상 효과는 없으며 오히려 심혈관 질환 및 사망률이 증가했다[7-10,34,35]. 신장 질환이 없는 고령자에서 빈혈 교정을 위해 필요한 조혈호르몬 자극제의 용량이 연령이 낮은 환자보다 적었고[36,37], 혈액 투석 환자에서도 목표 혈색소인 10 g/dL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혈호르몬 자극제의 용량은 65세 이상의 고령자에서 젊은 환자들보다 적었다[38]. 따라서 고령의 만성 신질환에서 조혈호르몬 자극제에 대한 반응도가 연령이 적은 환자보다 높은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까지 입증된 바는 없다. 환자마다 질병과 치료에 대한 위험 요인이 다르므로 고령의 만성 신질환 빈혈 환자에게 조혈호르몬 자극제나 철분을 투여할 때는 환자의 증상, 동반질환, 철분과 조혈호르몬 자극제의 득과 실을 고려하여 개별화할 것을 권유한다.
프롤릴 수산화효소 억제제는 저산소증 유도인자(Hypoxia- inducible factor alpha)를 안정화시켜 저산소증 유도인자 안정제라고도 불리며 다양한 유전자의 전사를 유도하는데 이에는 철분 흡수에 필요한 단백질, 헵시딘, 트랜스페린, 트랜스페린 수용체, 조혈호르몬, 조혈호르몬 수용체가 포함되며 헵시딘 수치를 감소시켜 빈혈 치료에 효과가 있다. 경구제이므로 조혈호르몬 자극제보다 순응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외 다양한 유전자의 전사에도 관여하여 고혈압, 혈전 발생의 증가가 보고되었고 2021년 미국 식품 의약품 안전청(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는 최초의 저산소증 유도인자 안정제인 록사두스텟(roxadustat)의 혈전 위험도로 인해 만성 신질환자의 빈혈에 사용하는 것을 불허했다[39].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6개의 저산소증 유도인자 안정제의 메타 분석에서 조혈호르몬 자극제와 비교하여 혈색소 상승효과의 차이가 없었고, 혈전 위험도는 낮았다[40]. 저산소증 유도인자 안정제는 유럽과 일본에서 시판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11월 식약처에서 고혈압과 혈전증에 대한 특별 모니터링을 조건부로 하여 에나로두스텟(enarodustat)을 혈액 투석 환자의 빈혈 치료제로 승인을 해 국내 시판을 앞두고 있다. 고령 환자에서 저산소증 유도인자 안정제의 고혈압과 혈전 등의 위험이 더 증가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으며 추후 연구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고령 환자에서도 연령이 낮은 환자와 동일한 빈혈 진단 기준을 사용하여 빈혈의 원인을 진단하여 치료하여야 한다. 고령의 신질환 환자에게도 혈색소 10-12 g/dL를 목표로 철분제와 조혈호르몬 자극제를 투여한다. 저산소증 유도인자 안정제는 조혈호르몬 자극제와 동등한 빈혈 교정 효과를 가지고 있으면서 경구제로서 혈액 투석 환자의 빈혈 치료제로 국내 시판을 앞두고 있으며 고혈압과 혈전 합병증을 모니터링하며 사용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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