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뇌의 기억 능력, 생각, 언어, 상식, 감각 등의 기능이 점점 저하되는 비가역성 질환이다[1]. 일부 젊은 사람들에게도 발생하지만, 일반적으로 노화와 관련이 있어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된다[2]. 치매의 치료적 접근은 주로 약물치료, 생활습관개선, 인지훈련, 개별 상담 및 그룹 상담으로 구분한다. 약물 치료는 뇌신경세포 손상을 완화하는 약물을 사용하며, 생활 습관 개선은 건강한 생활 습관, 적절한 운동, 적당한 수면, 건강한 식습관 등을 목적으로 한다[3]. 치매 치료를 위한 인지훈련은 주로 실제 일상생활에 기반한 게임과 연습, 기억 훈련, 언어 훈련, 손기술 훈련 등을 포함하며[4], 상담 세션을 통해 전문 상담사의 주도로 가족 및 지인이 환자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치매는 온전히 치료될 수 없어 완치 대신 관리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5].
이와 같은 치매 관리 수요 증가와 함께 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의료 접근성 문제로 인하여 디지털치료기기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질병의 예방, 관리,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과 의료 분야의 융합이며, 부작용 위험이 적고 저렴한 비용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6]. 또한, 환자에게 적용 시 물리적, 시간적 제한이 적고 다수의 환자에 적용이 가능하여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고, 의료공급 부족 문제나 지역 간 접근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7]. 보통 디지털치료기기는 목적에 따라 기존 의료기술 또는 서비스와 동등한 효과가 있는 대체제와 기존 기술 또는 서비스의 단점을 보완하는 보완제로 구분하는데, 치매의 경우 대부분 보완제 관점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디지털치료기기의 시장 도입을 위해 기술 개발 사업 지원과 함께 규제를 완화하거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시행하고 있으며[8,9],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6]. 이처럼 디지털치료기기는 민간기업 단위의 기술개발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10].
현재 가상현실, 음성인식, 또는 모바일 기반 다양한 디지털치료기기가 미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거나 대기 중에 있으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치료기기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11].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치료기기는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단계이며[12], 해외 선진국에서는 자폐,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부터 근골격계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디지털치료기기가 개발 중이다[13]. 국내에서도 로완[14], 우리소프트[15], 한양대학교[16], 순천향대학교[17] 등의 기업 및 학교에서 인지기능 향상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치매 환자를 위한 연구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각 사업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져 연구 개발 사업 예산 중복에 관한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본 연구는 치매와 관련된 디지털치료기기의 국가 연구 개발 과제 현황을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현재 개발 사업의 경향을 파악하여 향후 개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치매 관련 디지털치료기기를 주제로 한 국가연구개발과제를 조사하기 위해 National Science & Technology Information Service (NTIS), 사이언스온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였다. 검색은 ‘치매’, ‘디지털’로 한글과 영문 검색 키워드를 설정하고 이를 조합하여 수행하였다. 검색 대상 기간은 디지털치료기기 개념 도입 시기와 사업 운영 현황 보고 시기를 고려하여 2010년부터 2022년까지로 설정하였다.
연구 선정과 제외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분석 대상 선정은 치매를 대상으로 개발하는 디지털치료기기 관련 과제로 가상현실, 증강현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관련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중심 사례로 설정하였다. 또한, 치매 및 디지털치료기기 관련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예방, 평가, 진단, 치료, 제도, 사용성 등을 주제로 다루는 과제를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검색 결과에서 치매와 직접적 관련이 없거나 의료기기 하드웨어 개발, 전자약 사용, 일반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의 경우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최종 연구대상 사업 선택은 두 명의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참여하였다. 선택 과정의 첫 단계로서 중복된 내용을 배제하고, 연구 선정 및 제외 기준에 따라 제목과 개요를 근거로 분석 대상을 선택하였다. 이후 사업 내용을 검토하여 연구 대상을 선택하였다. 두 연구자의 선택 결과가 불일치한 경우 합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였다.
분석 항목은 과제 주무부처, 해당사업명, 기간, 예산, 주제, 목표, 연구개발단계, 기관, 지역, 참여인력 구성이었다. 또한, 2022년 이후 부처별 예산 투입 수준을 추정하기 위해 각 과제에서 일별 연구비를 계산하고, 해당 값을 남은 연구기간에 대입하였다. 이를 통해 각 과제별 향후 투입 예정 연구비를 분석하였다. 분석 연구과제에 관한 키워드 분석은 과제명과 요약문에 있는 목표와 내용을 주요 데이터로 활용하였다. 치매 관련 디지털치료기기 과제의 키워드 분석을 위해 KLT2000 한글 형태소 분석기를 사용하여 주요 키워드를 확인하였다[18]. 주요 키워드를 선별한 이후 Excel 프로그램 내 COUNTIF 함수를 통해 과제명, 목표, 주요내용에서 사용한 키워드 빈도를 계산하였다.
초기 연구개발과제 데이터베이스 검색결과 총 126건이 확인되었다. 이후 연구 선정 및 제외 기준을 적용에 따라 중복 여부, 제목, 초록, 본문을 검토하였으며, 웨어러블기기, 로봇, 전기자극 개발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 과제는 제외하였다. 다만, 디스플레이 개발을 포함한 치매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는 분석에 포함하였다. 그 결과 본 연구 기준에 상응하는 과제는 50건이었으며, 다년도 과제를 한 과제로 합산하여 최종 34건을 선정하였다(Figure 1).
치매 관련 디지털치료기기 과제는 2014년부터 시작되었으며 본격적으로 2019년에 다양한 과제로 확산된 것을 볼 수 있었다(Figure 2). 각 과제별 평균 연구개발기간은 2.8±1.8년이었다. 과제별 주무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과제를 추진해오고 있었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9건), 보건복지부(6건), 교육부(4건), 산업통상자원부(2건) 순이었으며, 모두 2021년에 관련 과제를 시작하였다. 마지막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2년에 1개의 과제를 시작하였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에서 투입한 연구비는 약 237억 원이었다. 시기별로 2018년까지 소규모로 진행되다 2019년부터 급격히 예산 투입이 증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 과제가 종료되지 않고 진행 중인 기존 다년도 과제의 예산 계획을 살펴보면 2023년 이후 367억 원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각 부처별로 살펴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약 294억으로 가장 많았으며, 가장 늦게 치매 관련 디지털치료기기 과제를 시작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약 32억을 투입할 계획이 있었다. 그 외 중소벤처기업부(16억), 산업통상자원부(13억), 보건복지부(9억), 교육부(3억) 순으로 많은 예산 사용 계획을 보여주었다. 각 과제별 수행 기관을 분석한 결과 대학 22건, 중소기업 20건이었다. 그 외 출연연구소 4건, 병원 1건이었다. 수행 기관의 지역은 서울이 2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5건), 부산(5건), 대전(4건), 강원(4건), 충북(3건), 전북(3건), 대구(2건), 충남(1건) 순이었다. 과제 유형은 개발 연구가 가장 많았으며, 기초 20건, 응용 2건, 기타 2건이었다. 각 과제에서 참여인력의 수는 총 1,154명(남자 725명, 여자 429명)이었으며, 남자, 공학전공자가 다수를 차지하였다. 학사 이하가 55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석사 310명, 박사 294명이었다. 참여 인력의 전공 구성은 공학이 31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의약보건학, 인문사회학, 이학 순으로 전통적 분류에 포함되지 않은 기타 전공은 439명이었다. 키워드 분석 결과 ‘개발’, ‘치매’, ‘인지’, ‘시스템’, ‘진단’, ‘데이터’, ‘치료’, ‘예방’, 인공지능’, ‘평가’, ‘플랫폼’, ‘노인’, ‘경도인지장애’, ‘사용’, ‘뇌’, ‘콘텐츠’, ‘조기’, ‘중재’, ‘가상현실’, ‘일상생활’이 많은 사용 빈도를 보여주었다(Table 1).
Table 1 . Keyword analysis results of dementia-related digital therapeutics in national research and development projects.
Keyword | n | Keyword | n | Keyword | n | Keyword | n |
---|---|---|---|---|---|---|---|
Development | 137 | Prevention | 50 | Brain | 36 | Elderly | 15 |
Dementia | 101 | Research | 49 | Contents | 35 | Alzheimer’s Disease | 14 |
Recognition | 100 | AI | 48 | Croaker | 33 | Applications | 13 |
Base | 99 | Evaluation | 46 | Arbitration | 27 | Equipment | 11 |
Technology | 66 | Digital | 45 | Virtual reality | 24 | Blood vessel | 11 |
Analyze | 65 | Verification | 40 | Action | 22 | Reinforcement learning | 10 |
System | 64 | Platform | 39 | Deep learning | 20 | Pattern | 10 |
Diagnosis | 56 | Old man | 37 | Everyday life | 19 | Performance | 9 |
Data | 52 | Mild cognitive impairment | 36 | Dementia Prevention | 15 | Mix | 9 |
Therapy | 52 | Use | 36 | Cognitive training | 15 | Individualization | 6 |
AI: artificial intelligence..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은 보호자의 지원 수준을 결정하므로 매우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19]. 기존에는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문지와 인터뷰 등을 통해 일상생활수행능력을 평가하였다[20,21]. 그러나 해당 방식은 환자의 일상생활과 다른 환경에서 간접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가상현실, 증강현실, 복합현실에서 환자에게 직접 일상생활동작을 수행하도록 지시하고 그 과정을 관찰하는 연구 과제가 진행된 사례가 있다[22–24]. 이러한 접근은 기존 의료체계에서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디지털치료기기 도입의 취지를 설명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가상현실은 또한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다[25]. 앞서 언급한 일상생활 환경을 가상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다소 많은 노력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일부 과제에서는 가상현실에서 게임 형식으로 인지 능력을 평가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였다[26]. 이러한 가상현실 게임을 활용한 평가에서 더 나아가 인지 능력을 훈련하는 중재적 콘텐츠도 함께 개발하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27,28].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와 같은 가상현실 게임은 치매 환자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29]. 대체로 가상현실 게임은 사용자에게 몰입과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문제 해결, 기억 및 주의력과 같은 여러 인지 기능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30,31].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치매 환자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기도 하였다[32].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상현실 활용은 여러 이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잠재적인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치매 환자가 가상현실에 과도하게 몰입하여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33,34]. 또한, 가상현실 콘텐츠의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어지럼증이나 급속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35]. 따라서, 치매 환자가 가상현실 콘텐츠를 활용할 때는 전문가의 안내와 지도가 필요하며,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치매 환자의 인지 능력을 예방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기기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비중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28]. 본 연구에서 분석한 과제의 경우 대다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뇌영상, 뇌파, 음성, 시선추적, 보행, 심박, 수면, 인지 평가 데이터의 패턴을 식별하고 해당 패턴을 기반으로 향후 의료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과제가 진행되고 있었다[36,37]. 또한, 대화 인식 기술을 통해 기존 1:1 인터뷰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38]. 이러한 기술은 치매 환자 개인에게 맞는 다양한 치료적 선택지를 제공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영상의학적 지표 분석 시 뇌의 퇴행 수준을 더욱 잘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39].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미묘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으며, 질병의 심각성을 측정하고 보다 정확한 진단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40]. 또한, 진단과 치료 프로토콜 설계 시 의사결정을 도와주어 환자에게 보다 폭 넓은 의료서비스 제공의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다. 향후 인공지능 기술 활용이 의료 데이터 분석 시간 단축과 적은 노동력 투입으로 의료비 지출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41].
본 연구는 2022년도까지 수행된 치매환자를 위한 디지털치료기기 관련 정부 과제를 조사하였다. 그러므로 2023년도 이후 진행하는 과제의 내용은 본 연구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 결과에서 향후 367억 원의 지속 투입을 보고하였으나, 이는 2022년을 기준으로 다년도 과제에서 남은 예산을 의미하며, 2023년 이후 신규 과제와는 관련이 없다. 현재 2021년 이후 투입 예산의 급격한 증가 추세로 볼 때 향후 디지털치료기기 관련 정부 과제 규모는 367억 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치매 관련 디지털치료기기 과제 연구 현황을 고찰하고 그 성격을 분류하여 향후 개발 방향을 전망하였다. 본 연구 결과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치료기기가 주로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관련 연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앞으로 개발 기술에 관한 관심과 활용 방안에 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치료기기 관련 기술의 경우 이를 처방하는 의사가 치매 환자의 인지 능력과 기기 사용에 필요한 인지 능력을 모두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약 처방 시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에 따라 용량이 다른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러나 아직 디지털치료기기 사용에 필요한 사용자의 인지 능력의 유형과 기준 수치가 명확하지 않아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료기관 내 디지털치료기기 운영에 필요한 의학과 컴퓨터공학 지식을 모두 보유한 전문 직종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디지털치료기기 보급에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인증방안이나 자격증에 관한 연구 과제가 부족한 실정이다. 환자에게 약을 제공할 때 약사의 역할이 있듯이 디지털치료기기를 안내하고 지도하는 의료 전문 인력 양성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