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을 처음 명명한 국제노인정신의학회(International Psychogeriatric Association, IPA)에 의하면 BPSD란 치매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불안, 초조, 배회 등의 행동 장애나 지각(perception), 사고(thought), 정서 등의 정신 장애에 의해 발현되는 증상을 말한다[1]. 치매의 증상 및 경과는 초기의 기억장애에서 중기의 행동, 정신장애 및 말기의 신체장애가 동반되는 양상을 보여주며, 발병에서 사망에 이르는 평균 기간은 8-10년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의 증상 중에서도 특히 BPSD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첫째, 치매 환자가 조기에 보호시설에 수용될 가능성을 높이고[2], 둘째, 환자를 치료하는 데 비용을 증가시키고[3], 셋째, 치매 환자와 가족을 포함한 모든 부양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넷째, 환자의 인지기능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4].
BPSD 분류방법 중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치매증상을 행동 증상과 심리 증상으로 나누는 것이다. 행동 증상으로는 공격성(aggression), 배회(wandering), 수면장애(sleep disturbances), 부적절한 식사 행동(inappropriate eating behavior), 부적절한 성 행동(inappropriate sexual behavior) 등이 있고, 심리증상에는 망상(delusion), 환각(hallucination), 편집증(paranoia), 우울증(depression), 불안(anxiety), 반복(reduplication), 착오(misidentification) 등이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BPSD 평가도구는 신경정신행동검사(Neuropsychiatric Inventory)로[5], 환자를 잘 알고 있는 보호자와 면담을 시행하여 망상(delusion), 환각(hallucination), 초조(안절부절 못함)/공격적 행동(agitation/aggression), 우울/낙담(depression/dysphoria), 불안(anxiety), 다행감/기분의 들뜸(euphoria/elation), 무감동/무관심(apathy/indifference), 탈억제(disinhibition), 과민/불안정(irritability/lability), 비정상적인 반복행동(aberrant motor behavior), 야간의 행동(night-time behavior), 식욕/식습관의 변화(appetite/eating change)의 12가지 증상을 평가한다[6]. 이 외에도 Behavior Pathology in Alzheimer’s Disease Rating Scale (BEHAVE-AD) [7], Behavior Rating Scale for Dementia (BRSD) [8] 등의 검사를 약물 치료 및 조정의 근거로 이용할 수 있다.
BPSD의 약물치료 적응증은 주변 환경의 정비, 활동 프로그램과 음악, 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학적 접근[9]에 실패하였을 때, 자해 및 타해 위험이 있을 때, 확실한 정신증이 발생하였을 때이다. 이와 함께 환자 자신, 주변의 다른 환자, 보호자, 의료진, 간병인에게 고통이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도 포함되는데, 환자 자신에게 고통이 되는지도 중요하고, 타 환자에게 고통을 초래하는지도 중요하다. 그리고, 의료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도 매우 중요하므로, 막연히 희생적 태도를 습관처럼 취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고통이나 위험을 초래하는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약물의 사용은 보통 4주 동안 충분히 투여해도 목표 증상의 빈도, 심각도 등에서 호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음 약제를 고려하여야 한다[9]. 또한 3개월마다 재평가하여 약물 중단을 고려하는 것이 추천된다[10].
BPSD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약물에는 항정신병약물(antipsychotics), 항우울제(antidepressant), 진정-수면제(sedative-hypnotics) 등이 있다[11,12]. 항정신병약물은 의심증, 망상, 환각, 초조/공격성과 같은 정신 증상에 효과적이다[13]. 항우울제는 우울증, 불안, 망상과 관계가 없는 단순 초조 행동에 효과적이다[14]. 우울증이나 불안에서 야기되는 초조행동이나 공격적 행동은 항우울제에 효과가 있다. 진정-수면제 가운데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은 불안 혹은 비공격성 초조행동 및 수면장애에 효과가 있다. 자주 사용되는 약물들은 다음과 같다.
Risperidone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들 중에서 haloperidol에 비해 효과는 비슷하지만, 추체외로증상이 적기 때문에 정신병적 증상, 공격성 및 초조 행동을 동반한 치매에 효과적인 선택 약물이 될 수 있다[15,16]. 부작용으로는 추체외로증상, 진정, 어지럼, 오심, 운동항진 등이 있으며 드물게 신경이완제악성증후군(neuroleptic malignant syndrome)이 발생하기도 한다[17,18]. 초회 용량은 0.25-0.5 mg으로 취침 전에 먼저 시도해보고, 해결되지 않는 심한 과잉 행동성 섬망에 1-2 mg 정도 이상의 용량이 필요할 수 있다. 2 mg까지는 추체외로증상이 적다고 알려져 있으나, 2 mg에서도 추체외로증상이 증가하기도 해서[19], 가능한 한 단기간 동안 적은 용량을 사용하도록 한다. 또한,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치매 환자의 공격성이나 초조 행동에 효과적이면서, 추체외로증상이 risperidone에 비해 적은 편인 quetiapine은 12.5-25 mg에서 시작하고 25-150 mg (최대 200 mg)까지 증량할 수 있다[20]. 단, 70세 이상의 고령이고 처음 사용하는 경우 6.25 mg을 초회 용량으로 사용 후 반응을 살피고, 증량하는 편이 안전하다[21]. 흔히 발생하는 부작용으로는 졸림, 체위성 저혈압이 있다. 불면의 경우 6.25-12.5 mg 정도에서 효능을 볼 수 있지만, 환각, 망상 등이 동반되는 BPSD의 경우 보다 높은 용량의 quetiapine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항우울제는 우울증상이 동반된 초조 행동의 치료에 일차적으로 고려된다. 특히, 노인 환자에서는 우울 증상과 불안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항우울제가 좋은 선택 약물이 될 수 있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항콜린성 및 심혈관계 부작용이 커서 노인 치매 환자의 약물 치료에는 선호되지 않는다.
Trazodone은 항콜린성 부작용이 적고, 진정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초조 행동이나 수면장애가 있는 노인 치매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다른 원인이 분명치 않은 불면증의 경우 trazodone의 사용(1일 50 mg)이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경도의 초조 증상 치료를 위해 일반적으로 권고되고 있는 투여 시작 용량은 25-50 mg/day이며 최대 용량은 200-300 mg/day를 초과하지 않는 것이 추천된다[22]. 부작용으로는 체위성 저혈압과 부정맥이 있으며 오심, 구토, 음경지속발기 등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항우울제인 SSRI는 우울증상을 동반한 초조 행동뿐만 아니라, 우울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초조행동에도 효과가 있다[23]. 다만, SSRI는 치료 시작 후 2-3주 지나야 효과가 발생하므로 심하지 않은 공격성과 자극 과민성(irritability)을 보이는 경우에 시도해 볼 수 있다. 심각한 공격성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항정신병약물과 병용된다. Fluoxetine은 반감기가 길고 약물 상호작용이 다른 SSRI에 비해서 더 많아 노령의 환자에서 사용에 신중을 기하는게 좋고[24], paroxetine은 SSRI 중 항콜린성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며 이론적으로는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선호되지 않는다[25]. 그러므로, sertraline 또는 escitalopram이 우선적으로 선택된다. Escitalopram은 기존 citalopram의 주요 성분에서 부작용에 관여가 적고, 치료 효과에만 주로 관여하는 S-이성질체를 따로 분리하여 개발한 신약으로,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이 없어 다수의 약제를 복용하는 노인에게 유리하다[26]. Sertraline은 25 mg으로, escitalopram은 5 mg으로 시작하여 서서히 증량하도록 한다[27]. SSRI 계열의 부작용으로는 위장장애(오심, 구토), 손떨림 등을 보일 수 있으나 비교적 경미하다.
Benzodiazepine은 노인들에게 고위험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BPSD 치료에 권장되지는 않지만, 우울, 불안, 불면 및 운동성 긴장을 동반한(비공격성) 초조 행동 및 수면장애에 사용될 수 있다. Lorazepam은 활성 대사물이 없고 다른 benzodiazepine계 항불안제들보다 반감기가 짧아 반복 투여에 따른 축적의 위험이 적은 장점이 있다[28]. 시작 용량은 0.25-0.5 mg/day이며 최대 용량은 2-4 mg/day이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진정, 역설적 탈억제(paradoxical disinhibition), 섬망, 인지저하, 보행장애, 낙상, 체위성 저혈압 등이 있어 치매 환자에게 투약 시 주의가 필요하다[29].
BPSD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심각함을 잘 알지 못하고, ‘환자를 묶어만 둔다’, ‘안정제만 준다’고 비난하기 십상이다. 비단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의료인들 가운데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듯이 BPSD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들이 부작용을 야기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궈서는 안 되는 것처럼 약물 치료의 적응증에 해당된다면 환자, 주변 환자, 보호자, 의료진, 그리고 간병인 모두의 고통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료를 주저해서도 안 될 것이다.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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